최근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세제 종합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해외 성공·실패 사례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자로 크게 조명받은 이슈가 바로 대만과 싱가포르의 사례로 본 '보유세 강화의 역설'입니다. 정부의 의도는 "다주택자나 비거주자의 보유세(종부세, 재산세 등) 부담을 높이면, 세금 압박을 느낀 집주인들이 매물을 시장에 뱉어내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제도를 시행했을 때 나타난 결과는 정부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으며, 오히려 세입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는 역효과를 냈습니다.

1. 대만 사례의 역설: "집은 안 팔고, 월세를 올렸다"
대만 부동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TSMC를 필두로 한 반도체 호황 덕분에 '반도체 머니'가 유입되며 주택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이에 대만 정부는 다주택자와 비거주자의 주택세(보유세) 최고세율을 기존 3.6%에서 4.8%로 대폭 인상하는 고강도 규제를 단행했습니다.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전형적인 규제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 거래량은 전년 대비 25.5%나 급감하며 9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매물이 나오기는커녕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것입니다. 그 대가로 주택 임대료 지수가 전년 대비 2.45% 상승하며 28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 출구가 막힌 양도소득세: 대만은 단기 보유 주택을 매도할 때 최고 45%에 달하는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가지고 있자니 보유세가 아깝고, 팔자니 양도세로 절반 가까이 뜯기니 차라리 팔지 않고 버티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를 부동산 학계에서는 '매물 잠김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 세금의 임차인 전가(조세 전가): 집을 팔지 않고 버티기로 마음먹은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보유세 부담을 고스란히 월세(임대료) 인상을 통해 세입자에게 떠넘겼습니다. 결국, 다주택자를 잡겠다고 올린 세금을 아무 죄 없는 무주택 세입자들이 매달 월세로 대신 내주게 된 꼴입니다.
2. 싱가포르 사례의 착시: "한국과는 체급과 구조가 다르다"
정치권에서 벤치마킹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싱가포르는 실거주 주택에는 세금을 낮춰주지만, 임대용 비거주 주택에는 실거주용의 3~4배에 달하는 무거운 보유세를 매깁니다. 20억 원짜리 집을 기준으로 실거주하면 보유세가 약 223만 원이지만, 임대용으로 돌리면 무려 990만 원까지 치솟는 구조입니다. 언뜻 보면 투기 세력을 억제하는 완벽한 제도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이 이를 한국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에 경고등을 켜는 이유는 싱가포르 특유의 독특한 주택 구조 때문입니다.
🚫 싱가포르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가져올 수 없는 이유
- 자가 보유율 90%, 공공주택 중심 구조: 싱가포르는 전체 국민의 자가 보유율이 90%에 육박하며, 국민의 약 80%가 국가가 공급하는 공공주택(HDB)에 거주합니다. 민간 임대차 시장이 주를 이루는 한국과 달리, 싱가포르는 임대료가 아무리 올라도 일반 서민층 국민이 타격을 입지 않는 구조입니다.
- 외국인에게 전가되는 임대료: 싱가포르에서 민간 임대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의 대부분은 외국인 주거자나 이민자들입니다. 따라서 보유세 강화로 인해 민간 임대료가 폭등하더라도 그 고통은 외국인이 짊어지게 되므로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적습니다. 반면 한국은 임차인의 절대다수가 자국민(내국인)이므로, 임대료가 뛰면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습니다.
- 완벽하게 열려있는 출구: 싱가포르는 주택을 3년 이상만 보유하면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단 1원도 부과하지 않습니다. 즉, 보유세 부담이 싫다면 언제든 세금 없이 집을 팔고 나갈 수 있는 '퇴로'가 완벽히 열려 있기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3. 한국 부동산 시장과 2030·3040 세대에게 주는 시사점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전세 사기 포비아(공포증)'로 인해 전세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대신 매달 고정 비용이 나가는 월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입니다.
이 상황에서 대만이나 싱가포르식으로 출구(양도세 가중)는 막아둔 채 보유세만 무작정 강화할 경우, 대한민국 시장에는 대만과 똑같은 부작용이 복사 붙여넣기처럼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한국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때 최고 82.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양도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양도세 무서워서 집을 못 파는 다주택자들에게 종부세와 재산세마저 무겁게 때리면, 그 세금은 고스란히 하반기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이 살아야 하는 월세방의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세금의 역설이 주는 실전 교훈
정책의 의도가 '선(善)'하다고 해서 결과까지 '선'한 것은 아닙니다. 세금 부담은 결국 공급과 수요의 힘겨루기 속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임차인(세입자)'에게 전가되는 속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인 2030·3040 세대라면, 7월 말 발표될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다주택자의 숨통을 무조건 조이는 방향인지, 아니면 양도세를 완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균형 잡힌 방향인지를 예리하게 지켜보아야 합니다. 만약 출구를 막은 채 보유세만 올리는 기조가 이어진다면, 하반기 수도권 월세 시장의 추가 폭등을 예상하고 이에 맞는 주거 자금 스케줄을 선제적으로 짜야 할 것입니다.